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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본 우리 운전 문화…"독일에선 없는 일"

<앵커>

우리나라의 자동차 등록대 수가 전 세계에서 15번째로 2천만 대를 넘어섰습니다. 자동차가 이 땅에 들어온 지 100여 년만에 정말 폭발적인 성장을 한 겁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의 교통 문화도 그만큼 성숙했을까요.

생생 리포트, 김종원 기자입니다.

<기자>

평범한 평일 점심시간, 신호등이 없는 서울 도심의 한 교차로 모습입니다.

네거리에 차량과 행인이 얽히고설켜 있습니다.

보행자들이 우르르 길을 건너가는 상황, 차들은 사람이 다 건너길 기다리지 않고 그 사이를 부득부득 비집고 들어가 지나가려 합니다.

차량과 차량끼리도 엉켰습니다.

엄연히 정지선이 있지만, 먼저 멈추는 차는 없습니다.

누가 먼저 갈지, 서로 머리부터 들이밀고는 눈치작전을 펼칩니다.

이곳에서 취재진이 1시간을 지켜본 결과 정지선에 멈춰서서 상황을 살피는 차량은 한 대도 없었습니다.

꼭 이곳뿐 아니라도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우리의 교통문화입니다.

[장태경/삼성교통문화연구원 수석연구원 : 교통문화의 선진 여부 판단 기준은 예측 가능성인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무신호 교차로 같은 경우에 상대방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서로 머리부터 내밀어서 차량이 충돌하는 (사고가 많이 있죠.)]

법질서에 대한 낮은 시민의식이 교통문화에서도 다르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OECD 34개 국가 가운데 지난해 우리나라의 법질서 순위는 27위로 최하위권에 속했습니다.

2009년 25위에서 오히려 뒷걸음친 겁니다.

이런 낮은 법질서 의식 때문에 보행자 교통사고율은 OECD 회원국의 평균보다 3배 넘게 높아서 1위라는 불명예를 차지했습니다.

[(박사님은 몇 점 정도 생각하세요, 우리 교통문화?) 70점 정도.]

[한 50점 정도.]

[약간, 60점 정도.]

[김상옥/교통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 내가 법을 어기니까 오히려 도움이 되더라는 선례를 안 남기기 위한 단속에 들어가야 합니다. (하지만) 한 번 걸렸을 때 그 처벌 수준이 약하다 보니까 운전자들이 그걸 잘 안 지키죠.]

[김인석/교통문화연구소 부장 : 초중고, 성인에 이르러서는 사회 교육에서 기본적인 교통안전 교육이 이뤄져야 함에도 그게 (제도적으로) 안 돼 있거든요.]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들은 이런 모습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먼저 독일의 운전면허 시험을 정리한 동영상을 함께 봤습니다.

[독일에서 운전면허증을 따려면 3~6개월이 걸립니다. 최소 90분씩 12번의 도로주행을 해야 합니다. 네 번은 아우토반에서, 세 번은 야간 주행을 합니다. 20시간씩 14번에 걸쳐 이론 교육을 이수하고…필기시험에서 오답이 3개만 나오면 불합격.]

[마리아/독일 : (이 내용이 진짜에요?) 네, 그럼요. (본인도 이렇게 했어요. 그럼?) 네, 이렇게 자세히 알고 있다는 게 놀랍네요.]

교통 법규에 대한 교육이 유치원에서부터 의무로 이뤄진다는 겁니다.

[마리아/독일 : 독일에선 8~9살 때부터 (학교에서) 교통문화에 대한 교육을 받게 됩니다. 교통안전을 위해 굉장히 좋은 교육인 것 같아요.]

이번엔 인터넷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블랙박스 사고 영상을 함께 봤습니다.

빨간불을 무시하고 내달리던 차량과 역시 신호위반을 한 오토바이가 그대로 정면충돌 합니다.

[마리아/독일 : (독일에선 이런 일 (신호위반) 자체가 별로 안 일어나나요?) 네, 없어요. (한 번도 못 보셨어요?) 네, 특히 낮에는 한 번도 없어요.]

[피터/미국 : 미국에서 그런 건 (빨간 신호 위반) 많이 없어요. 있다면 노란 불이 빨간불로 바뀌는 그 시기에만 쭉 가곤 해요.]

단속과 처벌이 엄해야 질서 유지에 효과가 있지 않겠느냔 의견도 나왔습니다.

[피터/미국 : (이렇게 신호위반을 할 경우에 미국은 벌금이 얼마나 돼요?) 40만 원 아니면 30만 원.]

[데이빗/호주 : (호주는 어때요?) 30만 원에서 40만 원이요.]

[마리아/독일 : 130만 원이요.]

[피터/미국 :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가면 벌금이 (평균) 6만 원 정도 돼요.) 6만 원? 너무 싸네요. 그래서 사람이 많이 빨간불에서 갈 생각을 하는 것 같네요. (한국 운전자들은) 카메라 전에는 다 천천히 가고 카메라 넘어가면 다 빨리 가던데요.]

불법 주정차와 꼬리물기, 진출입로 끼어들기, 이 세 가지 불법 운전만으로도 사회적 비용이 연간 4조 원이 넘는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당장의 불법 운전이 편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너도나도 법규를 위반하면서 결국 모두에게 손실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박진훈, VJ : 정민구·오세관·김형진, 출처 : CNET·보배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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